

“루퍼스는 갖고 싶은 거 있어?”
“예?”
사적인 이야기를 할 기회가 적었던 터라, 루퍼스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대원들은 뒤늦게 알았다. 알아낸 것도 라임이 끈질기게 질문한 덕에 겨우 알아낸 것이었다. 생일을 알아냈을 때 당시에 묻지 못한건...
“태어난 날이 뭐 어쨌다는 건지 모르겠군요. 그런거 보다 여러분이 죽을 날에 저를 불러 주십시오. 그거엔 꽤나 관심이 있으니...”
…라고 말한 탓에 선물이니 뭐니 말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 것도 명계 열차를 타고 물질계로 한참을 가야 하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였으니...
나중에서야 루퍼스의 생일 날짜를 전해들은 아르메가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라고 말하며 루퍼스를 찾아가서 밑도 끝도 없이 물어보게 되었다.
“그거야 당연히…”
“잠깐, 돈 말고. 그런 거 물을려고 질문 할 리가 없잖아.”
“그럼 없습니다.”
“정말 돈이라고 대답할 생각이었어? 좀 생각해봐!”
“흠...”
“너.. 이런 기회도 흔치 않다?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
“저는…”
당연하게도 뭘 갖고 싶냐는 물음의 이유를 루퍼스는 알고 있었다. 끈질기게 자신의 생일을 물어보더니, 얼마 남지 않았다며 놀라던 모습들이 다시 생각해보면 퍽 웃겼다. 챙겨주려는 모양인가? 딱 그정도. 기분이 좋다던가, 기대가 된다거나 하지 않았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물건 하나를 이야기했다. 정말 돈이면 좋지만. 성의껏 준비해줄 모양에 웃음이 새어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루퍼스가 대답했어? 돈 말고?”
“돈이 아니면 돈이 되는 것을 갖고 싶다고 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뭐라고 대답했나요?”
“그 녀석이 갖고 싶은 게 따로 있겠어? 총알이나 사다주면 딱이겠군.”
“멀쩡한 거 얘기하던데?”
루퍼스의 대답을 듣고 온 아르메도 당황했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받아왔다는 아르메의 말에 대원들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루퍼스가 뭘 갖고 싶다고 했다고? 진짜? 돈이 아니라?”
“그거 혹시.. 갖고 있다가 나중에 팔면 돈을 배로 벌 수 있는 거 아니야?”
“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카주가 갖고 싶대.”
“카주?”
“대답해 준 건 좋은데 여럿이서 준비할 건 아니네... 작은 거니깐 만들어볼까?”
“아직 시간은 있으니깐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루퍼스님이 좋아하실만한 다른 것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
며칠이 지났을까, 물질계로 가는 명계 열차 안에서 루퍼스가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었다. 오히려 평소보다 과도하게 일을 하느라 쉬는 게 좋을 거라는 반강제적 권유로 인해 열차 안에서 멍하니 창문 밖을 보는 것이 다였다.
“명계에서 대기하고 계셔주세요 루퍼스 씨. 어차피 자택도 그쪽 아닙니까.”
“그동안 일을 하지 말라는 건 제 손해 아닙니까? 전 그쪽 밑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돈 줘야 쉴 거야 루퍼스? 잔말 말고 쉬어.”
“...”
“…라고 그랜드체이스가 말했으니 그렇게 해주시죠. 어디 가시지 말고요. 대량 택배가 도착하는데 받을 사람이 집에 없으면 그것도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
그래봤자 바깥 풍경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 주변의 텅 빈자리를 보고 있는 것보단 나았다. 편히 앉아서 쉬거나 잔다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게 컸지만...
‘괜히 신경이 쓰이는군...’
루퍼스가 날짜를 확인하는 건 정해진 기간이 있는 의뢰를 받을 때뿐이었다. 그 외엔 그냥 정확하게, 빠르게만 해결하면 되는 의뢰들... 그렇기에 자신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살면서 처음 느껴보았다. 생일이라는 것을 전혀 축하받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날을 의식해본 적은 없었다.
“받고 싶은거라….”
“카주... 카주가 갖고 싶습니다.”
-툭
“루프, 계속 뭘 가져오는 겁니까?”
“푸릉..”
“루프..?”
루퍼스의 무릎위에 루프가 물어온 것들이 계속해서 올라갔다. 평소에도 종종 자신이 사냥한 것을 자랑스럽게 물어왔지만 오늘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루퍼스는 알아챘다.
“... 혹시 저를 위해 준비한 겁니까?”
루프는 자신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루퍼스의 다리에 부비며 울었다. 평소엔 머리를 쓰담으면 발로 때리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허락하겠다는 것인지 루퍼스가 쓰담아 줄때까지 떨어지지 않았다.
“똑똑하군요, 어쩐지 제 말을 잘 알아듣는다 했습니다. 그래서 저번에 물어온 걸 버린다고 했을 때 다리를 문 겁니까?”
“크릉..”
“...이번엔 안 그럴테니 이빨 세우지 마십시오.. 저번에 물린 게 아직도 쑤시는군요.”
-덜컹덜컹
-쾅
거슬릴 정도로 커다란 물건이 부딪치는 소리가 루퍼스의 귀를 찔렀다. 루프도 품안에서 빠져나와 소리의 원인을 노려보았다.
“열차 안에서 이렇게 시끄럽게 굴면 승객이 불만을 토로할 거라는 건 모르시는 겁니까?”
“자네는 승객이 아니지 않은가? 그것보다 이거 전부 자네 앞으로 갈 물건들이라네.”
“예..?”
루퍼스는 키위가 열심히 끙끙대며 끌어온 물건을 눈으로 훑어보았다. 이렇게 많은 물건들이 자기 앞으로 물건들이 올 일은 없었기에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살다보니 자네가 놀라는 것도 보게 되는군. 자네가 쉬는 동안 그랜드체이스가 떠난 건 아는거지..?”
“....?”
“아.. 하긴 마계에 도착하지도 않고 급히 가긴 했지. 이것들도 명계에 도착하면 주라고 하긴 했었네만…”
천장에 스칠 정도로 쌓아올려진 각종 상자들은, 열차가 다시 명계에 도착할 때까지 열어본다 해도 넘칠 정도였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루퍼스는 키위가 열심히 끌어온 수레의 손잡이를 잡고 실어진 물건 하나하나를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열어볼것! 직접 만들었으니 취급주의!
라이언-
아무거나 보이는 것을 집으려다,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는 쪽지를 보고 제일 작고 예쁘게 포장되어있는 상자를 집었다.
“카주... 카주가 갖고싶습니다.”
선물 가게에서 포장해 준 것 같은 손바닥만 한 상자는 반짝거리는 리본을 풀어서 열수 있었다.
“이건...”
자신에게 맞추어진 듯한 크기, 적당히 넉넉한 목걸이가 걸려있고 세련되게 빛나는 메탈이 루퍼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부우-
생각 없이 받고 싶다고 한 물건이 가슴을 누르는 것 같았다. 자신이 알고있던 카주라는 게 이런 울림을 갖고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보고, 불었다.
“하하.. 정말 이렇게 정성들여서 받을 줄은 몰랐군요.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군요”
“크르릉.”
“농담입니다 루프, 팔지 않을겁니다.”
물건을 소중하게 손에 쥔 게 얼마 만이었을까? 루퍼스는 원래 담겨있던 작은 상자 안에 카주를 다시 넣으려다가 다시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대었다.
부우-
“소리는 나쁘지 않군요. 직접 만들었다길래 걱정했는데...”
“아우-”
“오늘따라 말이 많군요, 기분 좋습니까?”
루프는 루퍼스의 품으로 파고들어갔다. 루퍼스가 카주에 입을 가져다 댈 때마다 울림을 느끼려는 듯 루프는 눈을 감고 그르렁대었다. 비록 아무렇게나 뱉었던 말이었지만 받은 선물들 중에선 제일 값진 선물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낡은 물건은 언젠간 버려야 하지만... 이건 그러지 못하게 되겠군요.”
부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