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는 언제나 바쁘셨다.
“여보, 아침도 안 먹고…”
아버지가 집을 나서는 소리가 요란스러운 것은 전혀 아니었지만. 늘 잠결에 아버지가 언제쯤 나가는지 소리만으로 알 수 있었다. 총을 챙기는 소리, 겉옷을 걸치는 소리, 문을 여는 소리...
“어머, 루퍼스 일어났니?”
“..네 방금이요.”
“아침 차려 줄테니깐 더 자고 있으렴.”
“도와드릴게요. 어머니혼자서 힘드시잖아요.”
“힘든 건 없으니깐 좀 더 자두렴. 오늘 생일인 아이에게 도움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단다. 알겠지?”
“네..”
어머니가 머리를 쓰담아주시면, 잠들기 싫어도 머리가 편안해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조금만 더 쓰담아 달라고 보채고 싶다가도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어머니를 보면 그러지 못했다.
어머니 …
거짓말처럼 푹 잠들었다가 맛있으면서 따듯한 냄새에 눈이 반짝 떠졌다. 지금쯤이면 일어나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살그머니 거실로 갔지만 어머니는 없고 따듯한 김을 피우는 음식들만 차려져있었다.
“...”
어디에 가셨는지, 어째서 음식을 놔두고 가셨는지는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았을 때 어머니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보면 더 확실했다.
“하아..”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아버지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언제 누구의 노여움을 사 살해를 당하든, 운이 안 좋아서 이 주변에 으르렁거리는 들개들한테 몸이 씹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일 걱정스러운 건 어머니의 건강이었다.
“어머니... 오늘은 모래먼지가 많아요.”
“아, 그렇구나. 잠깐 나온다는 게 그만... 들어가자꾸나. 오늘은 맛있는 걸 했단다.”
“네, 빨리 먹고싶어요.”
과분 할 정도로 많고, 맛있는 식사를 했다. 평소에 먹던 입안에서 아프게 굴러가던 음식들이 아닌, 입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것 같은 음식들이 기분 좋게 목구멍을 타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맛있어요 어머니.”
“다행이구나. 다 먹을 수 있겠어?”
“음.. 어머니도 드셔야죠.”
“그럼.. 적게 먹는 사람이 설거지하는 걸로 할까?”
“좋아요!”
그렇게 두 사람이 다 먹지도 못할 식사를 2시간 동안이나 떠들며 먹었다. 설거지는 결국 같이 하게 됐고, 오늘 하루 기운을 다 쓴 어머니는 곤히 잠들어버렸다.
하루가 다 지나지도 않았지만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다. 항상 그저 올려다보았을 저녁노을이.. 오늘따라 더 예뻐보였다.
“아버지..”
어머니만 아버지가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만은 일찍 오셔서 같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고 식탁에 둘러앉아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아픈 어머니 대신에 같이 집안일을 하며…
“...”
“루퍼스?”
반가우면서도 부끄럽게 만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버지였다.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핑 돌던 나는 ‘벌써 돌아오실 리가 없는데’ 와 ‘아버지가 빨리 오셔서 좋아요’ 가 섞인 말을 뱉을 지경이었다.
“아…”
“왜 여기 쪼그려 앉아있었니? 들개가 숨어있는 줄 알았다.”
“아버지..”
“자, 루퍼스 받거라. 오늘 생일이었지?”
“네..? 네... 감사합니다.”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선물을 받고, 나는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살짝 볼을 꼬집어 보았다. 꿈이라면 실망할 테니깐.. 하지만 아니라는 걸 알자마자 그 자리에서 포장을 풀었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손에 집히는 대로 사 왔단다.”
“피리..?”
“카주 라고 한단다.”
“부우웁...-”
“하하하! 이건 바람으로 부는 게 아니란다 루퍼스, 목소리를 내보거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 제대로 내 보았던 소리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저 멀리서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불 때 마다 기분 좋은 소리가 나서, 어머니가 그걸 듣고 집에서 나오셨다.
“둘 다 안으로 들어와요. 오늘은 맛있는 걸 먹어야죠”
“그럼 그동안은 루퍼스의 카주 연주를 들어야겠군.”
“그것도 좋구요.”
아마 그 선물이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 선물이었을 것이다.
열댓 살 정도의 어린아이 손에 딱 맞는 그 작은 카주는 더 이상 불어질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손이 갔다. 다시는 불지 않을 거라고 했던 그 카주는 아직도 서랍 속에 박혀있겠지... 정확하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감상에 빠지는 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좋은 기억으로 바꾸어 두는 것은 나쁘지 않겠지.





